녹색 성장을 서두르는 전통 기업들의 속내
탄소 배출량 거래 및 잉여 전력 수익화를 통한 원가 리더십(cost leadership) 확보
탄소 배출량 거래제는 대다수 기업들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기업의 효과적 대응 여부에 따라 오히려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탄소 발생에 따른 추가 비용을 없애는 동시에 확보한 여분의 탄소 할당량을 타 기업에 판매할 수도 있다. 따라서 동일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경우, “누가 탄소 배출량을 더 줄일 수 있느냐?”가 그 기업의 원가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경쟁의 성패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탄소 할당량을 타 기업에 판매할 수만 있다면 자사의 원가 리더십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이런 녹색 성장을 통한 원가 리더십 강화 움직임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에는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주겠다는 전자 기업이 나타나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수십만 원이 넘는 냉장고를 어떻게 공짜로 줄 수 있을까? 제조 원가가 ‘0’이란 뜻일까? 이 사업의 비밀은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 개발 체제) 수익 모델에 숨어있다. cdm은 선진국 기업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실시하고, 탄소 배출권 형태의 보상을 받아 수익을 보전하는 사업 형태다. 유럽의 백색가전 기업인 보쉬-지멘스(bosche-siemens)는 브라질의 전력회사와 제휴해 빈민들에게 최신 고효율 냉장고를 공짜로 주기로 했다. 대신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구형 냉장고를 수거했다. 이를 통해 감소된 냉장고의 전기 사용량과 구형 냉장고의 hfc(수소불화탄소) 냉매 처리분을 cdm 실적으로 인정받아 수익을 확보했던 것이다. ‘판매가격 제로!’ 이보다 더 강력한 원가 리더십이 있을까
또한 잉여 전력을 판매하여 생산 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바람, 지열 등 대부분의 신재생 에너지는 누구나 스스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 전지를 생각해보자. 태양 전지를 활용하면 아직 에너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전 세계의 오지에서조차 모든 기업이 스스로 전력 생산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자사 용량을 넘어 전력을 생산한다면 이 잉여 전력을 타 기업에 팔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이 화석 에너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화석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기 시작한다면 화석 에너지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은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으로 인해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 전지의 생산 가격보다 전기 요금이 더 비싼 경우도 있어 잉여 전력 판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또한 선진국에서도 잉여전력 판매가 시도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9년 5월 ‘녹색 경제와 사회 변혁’ 일본판 뉴딜 정책에서, 가정이나 기업에서 태양열 발전으로 생산해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전력회사가 현재 가격의 2배인 1kw당 약 50엔(약 750원)에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기업은 전력 회사에 발전 단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여 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녹색 성장을 잘 이용하면 자사가 에너지 소비의 주체인 동시에 생산의 주체로서 새로운 기회를 가지게 되고, 추가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불문하고 경쟁자 간의 차별화 요소가 사라지는 이 때, 이와 같은 기업의 녹색 대응은 자사의 원가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름 있는 제조 기업들이 자사의 탄소 배출량 저감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 저감 기술 및 프로세스의 상품화
탄소의 획기적 저감은 단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의 도입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생산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하고, 기존 공정의 개선, 친환경적인 제품 및 소재의 개발, 친환경 공정 개발 등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탄소 저감 기술과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업은 차별화된 자사의 노하우와 기술을 블랙박스화시켜 자사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고, 상품화시켜 시장에 판매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 자동차는 신일본석유와 함께 2006년 기존 디젤유와 같은 성능의 바이오 디젤유를 식용유나 폐유에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스미모토 화학은 후지석유와 공동으로 배열(排熱)을 교환하는 시스템(핀치 기술, pinch technology)을 구축하여 원유 1만㎘분 에너지를 절감했다. 파나소닉은 ‘에너지 절약 비율(해당 연도에 삭감한 에너지 소비량(co₂ 환산 수치)/전년도의 에너지소비량(co₂ 환산 수치)×100, %)’을 만들어, 제품 조립을 담당하는 공장에서는 3.5% 감축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부품 사업 공장에서는 7%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고, 일본 공장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 공장에서도 에너지 효율 개선 관련 지도와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베이징의 파나소닉 디스플레이 디바이스의 경우 2004년도에 co₂ 3만 톤 이상을 절감하기도 했다. 향후 이 기업들이 이 기술과 노하우를 상품화시킨다면, 이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lg상사도 녹색 성장을 기회로 이용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무역이나 상업 활동을 주로 하는 기업이 녹색 성장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lg상사는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육불화황(sf6; 반도체와 lcd 생산 공정에서 절연체로 사용되는 기체로서 co2보다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2만 배가량 높다고 평가되어 유엔이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지정)을 섭씨 1300도 고온으로 태워 없애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un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얻었다. 관계자들은 lg상사가 향후 유엔의 추가 실사를 거친 뒤 연간 55만~98만 톤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탄소 배출에 관한 기술 시장에 국내 독자 기술로 진입한 최초 사례로서,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매각과 기술 자문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 수익이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색 품질 경영 역량 어필을 통한 마케팅 차별화
최근 기업의 녹색 품질 역량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녹색 품질 인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제 표준화 기구(iso)는 환경 성과를 중요시하는 기업을 나타내는 iso 26000을 내년 초쯤 공표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eu, 일본 등 주요 25개국도 2009년 3월 iso 50001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절약 인증을 신설하여 공장이나 상업 빌딩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표준화된 체계를 정하겠다고 합의했다. 국내도 제품별로 생산 전 과정의 탄소 발생량을 라벨로 부착하는 ‘탄소성적표지 제도’가 이미 시작되었다. 비록 기업이 이와 같은 품질 인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은 이 인증으로 그 기업의 품질 역량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동일한 제품이라면 기업은 이 인증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자사의 녹색 품질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 역시 친환경 소비를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녹색 품질 역량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3의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출처 : http://www.konetic.or.kr/?p_name=dbsv&sub_page=environment&gotopage=2&query... |